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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7일 월요일

봄비 -변영로(卞榮魯) 민족혼의 시인


 봄비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回想)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니!

 

,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1922.3.

- 변영로






---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 희미한 希望(희망)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