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回想)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니!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1922.3.
- 변영로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아---- 희미한 希望(희망)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그--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