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피묻은 동굴 속으로
아, 밑 없는 그 동굴 속으로
끝도 모르고
나는 거꾸러지련다.
나는 파묻히련다.
가을의 병든 미풍의 품에다
아, 꿈꾸는 미풍의 품에다
낮도 모르고
밤도 모르고
나는 술 취한 몸을 세우련다.
나는 속 아픈 웃음을 빚으련다.
-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