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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5일 일요일

삼보의 Morning Glory



나팔꽃을 아침마다 만나는 게 요즘 내 취미가 된 것인지
어린 시절 강원도 철원의 산자락 밑
작다고만 할 수 없는 벌판에서
수줍듯 머리 숙이고 있는 가냘픈 메꽃의 나팔들
쑥대 같은 것 - 조금은 긴 줄기의 것 -에 똬리틀고 올라가는 새로운 기상에
작은 발걸음이 멈추고 만다.
예쁜 꽃들도 많은데 유별 나팔꽃을 좋아했던 이유는 모른다
우리 집 마당에는 없던 꽃이기 때문이었을까?
이따금 담임 선생님 댁 울타리엔 가득한 나팔 꽃들이 반기고 있어설까?
신기해 하는 내 스스로도 나팔꽃에 대한 애증은 따로 였을까만
씨를 구해 심어도 자라나지 않던 나팔꽃이다.
선생님 댁 울타리처럼 꽃들의 삶에 충분한 조건이 안 된 때문이었을 게다.
그 메꽃들이 노인아파트 8층까지 올라와 잘 자라주고 있다.
잡아줄 수 없는 진드기들 먹잇감이 된 잎들도 없지 않지만
벌써 밑둥 잎들은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하지만 줄기는 왕성하게 하늘 쪽을 향해 틀고 또 틀면서 올라간다.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인지 몰라도
대략 3m 높이 대나무 한 개 쪽으로 모든 줄기들은 모아질 것이다.
LA Downtown 쪽으로 나팔부는 아이도 있고 내 방을 향해 가볍게 부는 아이도 있다.
아니 강하게 부는 아이도 있어
매일 같이 얼굴을 돌려 나팔 아이들의 성장을 본다.
힘차게 불어 세상을 일깨우는 아이들이 될 것을 바라면서.
아침의 영광은 세상이 멸망하기까지 계속 될 것으로 믿는다.

2019년 4월 19일 금요일

나팔꽃의 나팔은 매일 하나만 분다



Morning Glory[나팔꽃]의 나팔은 매일 하나둘 불어준다

3월 16일 인생의 마지막이 될 노인아파트로 이사 오던 날 나팔꽃[Morning Glory]을 챙긴 사위가 고맙다.
새로 이사를 가시면 새 화분들을 장만해 드릴 테니 버리고 가시지요.”라고 하던 사위와 딸이 내 말을 거역하지 않고 이삿짐 속에 같이 넣게 했다.
20년 이상 정들여가며 같이 한 녀석들을 버리기가 난감하여 어릴 적 뛰놀던 강원도 철원 벌판의 메꽃을 상상하며 철부지 시절의 역사를 지우는 것 같아 안 되겠다고 하니 아무 말 없이 수긍했다.



아침에 잠시 피어 정오를 지나면서 곧 시들어버리는 나팔꽃!
아침의 영광[Morning Glory]'이라는 서양식 이름이 더 적절할지 모른다.
老子(노자)께서도 ()는 당당한 이름이 없다[道常無名 도상무명].”라고 했다.
자연이 처음 지어질 때 이름까지 같이 나온 자연의 물체는 없이 세상에 나온 뒤 인간들에 의해 붙여지는 것이라는 말이다.
고로 한국은 나팔꽃이라고 말하지만 미국 등 서방의 영어를 쓰는 이들은 모닝글로리(Morning Glory)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각국마다 그들의 언어에 따라 다르게 명명하여 부를 것이니 각국마다 그 이름도 다양할 것이다.

나팔꽃, 둥근잎나팔꽃, 미국나팔꽃, 둥근잎미국나팔꽃, 애기나팔꽃

미국 서부의 가정집에 피는 미국나팔꽃[Ivy Leafed Morning Glory]이 있는데 참으로 왕성하게 줄기가 잘 뻗지만 나팔꽃은 흐드러지지 않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그에 비하면 내가 찾은 나팔꽃은 꽃도 꽃이지만 줄기가 심하게 뻗지 않는 다는 장점도 있어 더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올해는 아주 높은 대나무를 꽂아 얼마나 올라가는지 보려고 한다.



어쩌다 쨍쨍 햇볕이 없으면 오후 늦게까지 불어주는 나팔들!
아직은 아침 하나씩만 화분 속에 숨어 불어주고 있다.
5~6월이 돼야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그들의 잔치도 정성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거름을 잘 주면 이들도 활짝 웃어준다.
머지않아 힘껏 자라 아침을 밝게 해줄 나팔꽃을 살펴보던 중 국화도 봉우리를 단단히 만들어 꽃잎을 곧 터뜨릴 준비가 된 것 같다.



국화를 집에 키우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노란 국화의 품위를 사랑하는 이 사람은 봄가을로 주기적으로 피는 국화에도 남다르게 관심을 많이 준다.
거름만 잘 주면 왕성한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국화는 나름의 향기를 그윽하게 머금고 있어 좋고 해마다 두 번씩이나 즐겁게 해주어 좋다.
고로 서정주의 시 국화옆에서는 미국 서부에서 피는 국화의 시기와 맞지 않는 것으로 봐진다.
국화가 피어나면 서정주의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것도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갖을까 한다.

모닝글로리의 나팔은 오늘도 하나만 피어 LA(엘에이)다운타운으로 나팔머리를 돌리고 있다.
이른 아침을 알리는 국화가 서부 햇볕에는 유난히 약한 것도 있는데 왕성하게 필 때는 바람만 살짝 불면 꽃 이파리 춤도 볼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