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한국문학>은
“김영랑의 시 세계는 세 단계로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드러난 시와
인생에 대한 깊은 회의와
‘죽음’의 의식이 나타나있는 시,
일제치하 새나라 건설의 의욕으로 충만된 시가 있다.”라고 요약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김영랑 [金永郞]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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