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4일 토요일

체념 -월하(月下) 김달진


 체념

  

봄안개 자욱히 나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

 

마음을 앓는 너의 아스라한 눈동자는

빛나는 웃음보다 아름다워라

 

몰려가고 오는 사람 구름처럼 흐르고

청춘도 노래도 바람처럼 흐르고

 

오로지 먼 하늘가로 귀 기울이는 응시

혼자 정열의 등불을 달굴 뿐

 

내 너 그림자 앞에 서노니 먼 사람아

우리는 진정 비수(悲愁)에 사는 운명

다채로운 행복을 삼가하오

 

견디기보다 큰 괴로움이면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 보자.

 

 

- 김달진 (1946. 6)

 

 



*작가 나이 40에 애틋한 짝사랑을 할리는 없었으리라!

해방이 됐어도,

바라던 삶이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자,

자신의 마음을 시로 노래해 숨은 한을 풀고자 한 것 아니겠나!

 

첫 문단 "봄안개 자욱히 나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라고

시작 문단부터 쓸쓸하게 풍기는 애닲은 심정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나라에 대한 간절함 같아 더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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