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7일 월요일

봄비 -변영로(卞榮魯) 민족혼의 시인


 봄비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回想)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니!

 

,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1922.3.

- 변영로






---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 희미한 希望(희망)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 나라!

2023년 2월 26일 일요일

눈물 - 김현승(金顯承)



눈물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김현승

 

 


 

*** 자식을 가슴에 묻으며 떨구는 눈물을 어찌 막으랴!

작자는 신의 전능에 따르며,

 아버지로 에이는 눈물을,


()로 승화시키는 마지막 이별에서,

인간의 애틋함까지 펴 놓아두고 있음이다.

가슴에 묻는 자식,

어찌 그려낼 수 있으랴!

 

2023년 2월 25일 토요일

아침 이미지 - 박남수


 아침 이미지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屈服)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 박남수

 



* 물상 (物象) [물쌍]

1. 자연계 사물의 형태.

2. 자연계의 사물과 그 변화 현상.

3. 물리학화학천문학, 지구 과학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네이버 국어사전 >



--- [한국대표현대시 낭송] #아침이미지 #박남수 시 #김양경 낭송

 #어둠이아름답다 #어둠은새를낳고 ---

동영상

https://youtu.be/Xk7A2AlV6WE



 

2023년 2월 24일 금요일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 오일도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저 황막(황막)한 벌판을 희게 덮어다오

 

차디찬 서리의 독배(毒盃)에 입술 터지고

무자비한 바람 때 없이 지내는 잔 칼질에

피투성이 낙엽이 가득 쌓인

대지의 젖가슴 포-트립 빛의 상처를.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저어 앙상한 앞산을 고이 덮어다오.

 

사해(死骸)의 한지(寒枝) 위에 까마귀 운다.

금수(錦繡)* 옷과 청춘의 육체를 다 빼앗기고

한위(寒威)에 쭈그리는 검은 얼굴들.

 

눈이여! 퍽 퍽 내려다오

태양이 또 그 위에 빛나리라

 

 

가슴 아픈 옛 기억을 묻어 보내고

싸늘한 현실을 잊고

성역(聖域)의 새 아침 흰 정토(淨土) 위에

내 영()을 쉬이려는 희원(希願)이오니.

 

 

- 오일도

 

 

 




 

* 금수(4) (錦繡)

1) 수를 놓은 비단. 또는 아름답고 화려한 옷이나 직물.

2) 아름다운 시문(詩文)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네이버 국어사전>



2023년 2월 23일 목요일

조춘(早春) - 정인보 독립운동가


조 춘 早春[이른 봄]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다 푸르다.

산골집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손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기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올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말고 헤쳐본들 어떠리.

 

 

1929. 4.-.

- 정인보

 

 


 

* 볕발햇발=사방으로 뻗친 햇살.

* 하마(1)= 바라건대. 또는 행여나 어찌하면.

<네이버 국어사전>

  

2023년 2월 22일 수요일

소쩍새 - 장만영


 소쩍새

 

소쩍새들이 운다.

소쩍소쩍 솥이 작다고

뒷산에서도

앞산에서도

소쩍새들이 울고 있다

 

 

소쩍새가

저렇게 많이 나오는 해는

풍년이 든다고

어머니가 나에게 일러주시는 그 사이에도

소쩍소쩍 솥이 작다고

소쩍새들은 목이 닳도록 울어 댄다.

 

밤이 깊도록 울어 댄다.

아아, 마을은

소쩍새 투성이다.

 

장만영

 

 


 

* 두산백과도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솟쩍하고 울면 다음해에 흉년이 들고, ‘솟적다라고 울면 솥이 작으니 큰 솥을 준비하라는 뜻에서 다음해에 풍년이 온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라고 적었다.

 

 

- 일제강점기에 우리네 농촌에선 수많은 쌀을 싼 값에,

또는 세금을 빙자하여 강제로 빼앗기기를 다반사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배곯은 소쩍새들이 왜 울지 않았겠는가!

2023년 2월 21일 화요일

무서운 시간 - 윤동주와 한 번 더 序詩




무서운 시간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이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1941. 2. 7.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서시 (노래 고성현, 시 윤동주 작곡 정진채) ---

동영상

https://youtu.be/dXyDvS1ZYfs

 

 *** 보아둘만한 2023년 새로운 뉴스

간도 조선인의 삶과 윤동주의 고향을 찾아서<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03966&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序詩 (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이 스치운다.

< #윤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