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5일 일요일

소연가 - 화인(花人) 김수돈


 소연가 (召燕歌)

 

 

꽃 향()이 밤그늘의 품에 안겨

끝이 없는 넓은 지역을

돌고 돌며 펼쳐와

슬픔이 남아 있는 먼 추억을 건드리면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만다.

 

새 주둥이 같은 입술이

빨간 열매를 쫓으려던 유혹에

너도 여인이므로

타박타박 고개 숙인 채 걸어간 것을

 

지금은 다시 돌아오렴

열린 창 앞을 쫓는 제비같이

너도 나를 찾아오렴.

 

 

- 김수돈 金洙敦

 

 



 

<경남대학보>

김수돈은 꽃과 술과 여인을 절절히 사랑한 낭만적 시인이다. 일제 말기와 해방기, 전쟁기로 이어지는 어둡고 혼란스러운 길에서 그의 삶을 이끌어 간 것은 순정한 시와 깊은 우수와 방만한 취기와 열정적인 사랑이었다. 이러한 삶의 우수와 낭만성은 그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후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꽃과 여인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김수돈은 화인(花人)’이라는 아호 그대로 남달리 꽃을 사랑한 시인이다. 그가 남겨놓은 거의 모든 시에 은은한 꽃향기가 감돌고 있다. 그는 실제 생활에서도 꽃을 다루는 재주가 특별나서, 화병에 꽂을 꽂아놓으면 그대로 예술적 향취를 풍겨 뭇 사람들을 감탄시켰다고 전해진다.

시인에게 있어 꽃은 여인의 상징이다. 시인은 꽃의 모습에서 여인을 보고, 여인에게서 꽃향기를 맡는다. 이별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그리움이 깊으면 깊을수록 향기는 더욱 가슴에 사무쳐 시인을 잠 못 들게 한다. 그럴 때마다 시인은 지독한 술로 외로움을 달래거나, 꽃을 잃은 벌처럼 세상을 방황하고 살았다.

그의 시심 깊은 곳엔 늘 고독한 정서가 들끓고 있고, 마르지 않는 눈물의 샘이 있다. 그는 시에서 굳이 삶의 센티멘털한 심경을 절제하려 들지 않았다. 그렇게 시와 정서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이 문학적 성취에선 한계가 되었지만, 그는 불안하고 우울한 시대의 한가운데에 아름답고 관능적인 한 다발 낭만의 꽃을 던져 놓았다.

암울한 세상을 술로 달래며 수많은 일탈의 이야기를 남기고 간 시인의 삶에는 여러 견해들이 따를 일이지만, 꽃과 여인과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며 탐미적이고 관능적인 낭만주의의 세계를 추구해 간 문학 혼은 그가 남긴 시집의 제목처럼 우수의 황제그대로다.”라고 그를 해석하고 있다.

https://knnews.kyungnam.ac.kr/news/articleView.html?idxno=1014

 

 

2023년 3월 4일 토요일

체념 -월하(月下) 김달진


 체념

  

봄안개 자욱히 나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

 

마음을 앓는 너의 아스라한 눈동자는

빛나는 웃음보다 아름다워라

 

몰려가고 오는 사람 구름처럼 흐르고

청춘도 노래도 바람처럼 흐르고

 

오로지 먼 하늘가로 귀 기울이는 응시

혼자 정열의 등불을 달굴 뿐

 

내 너 그림자 앞에 서노니 먼 사람아

우리는 진정 비수(悲愁)에 사는 운명

다채로운 행복을 삼가하오

 

견디기보다 큰 괴로움이면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 보자.

 

 

- 김달진 (1946. 6)

 

 



*작가 나이 40에 애틋한 짝사랑을 할리는 없었으리라!

해방이 됐어도,

바라던 삶이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자,

자신의 마음을 시로 노래해 숨은 한을 풀고자 한 것 아니겠나!

 

첫 문단 "봄안개 자욱히 나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라고

시작 문단부터 쓸쓸하게 풍기는 애닲은 심정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나라에 대한 간절함 같아 더 아프구나!

 

 

 

2023년 3월 3일 금요일

내 마음(은) - 초허(超虛) 김동명


내 마음()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 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 김동명

 

 


 

 김동명(金東鳴)의 시에 김동진(金東振)이 곡을 붙인 가곡.

--- 내 마음 - 소프라노 강혜정 ---

동영상

https://youtu.be/_zDXu2hvVKw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38년 발표된 김동명(金東鳴)의 시. 2시집 파초(芭蕉) 에 수록되어 있다. 4. 1연 각4. 투명한 서정이 내재율 속에 녹아 있으며, 특히 비유의 적절함이 돋보인다. 지은이의 마음을 첫째 연에서는 호수, 둘째 촛불, 셋째 연 나그네, 넷째 연에서는 낙엽에 비유하여 사랑의 애상적(哀傷的)인 면을 노래하였다.”라고 적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내마음은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이응백, 김원경, 김선풍)



2023년 3월 2일 목요일

애먼 임은정 검사와 고양이 앞 생선들



애먼 임은정 검사에게 적격심사?




검사 적격심사 통과한 임은정 검사
당연한 일인데 뉴스로 나오는 세상이
정말 웃기는구나!





윤석열에게 나라를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것과 뭐가 다른가!



개여울 - 김 소월(素月)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 김소월

 

 


 

--- 개여울 🌺조명섭 [가요힛트쏭] KBS방송 ---

동영상

https://youtu.be/2AYHCwobj4g

 

 

--- [풀버전] 아름답고 슬픈 노래.... 정재일(Jung jae il)x아이유(IU) 개여울′♪ 너의 노래는(Your Song) 2---

동영상

https://youtu.be/kj71jzO5U8k

 

 

+ 개여울 : 작곡가 이희목이 곡을 붙여 가수 김정희가 1967년 처음 불렀고,

이후 1972년 정미조가 리메이크해 히트했으며,

2017년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을 통해 다시 한 번 리메이크 되었다.<나무위키>

 

  

2023년 3월 1일 수요일

봄 - 상아탑 황석우


 봄

 

 

가을 가고 결박 풀려 봄이 오다.

나무 나무에 바람은 연한 피리 불다.

실강지에 날 감고 밤 감아

꽃밭에 매어 한 바람 한 바람씩 당기다.

 

가을 가고 결박 풀어져 봄이 오다.

너와 나 단 두 사이에 맘의 그늘에

현음(絃音) 감는 소리. 타는 소리

새야, 봉우리야 세우(細雨), 달아 -

 

 

- 황석우

 




 

<두산백과>

봄을 맞이하는 즐거움이 주된 내용을 이루는 이 시는 계절의 흐름을 ''로 구상화하여 표현한 시적 발상이 기발하다. 시인은 겨울의 이미지를 결박으로 표상하고, 결박이 풀리는 자유로운 비상의 이미지로 봄을 노래한다.

 

특히 '실강지에 날 감고 밤 감아'라는 표현은 세월을 당겨서라도 봄을 빨리 맞고 싶은 시인의 조급한 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강지(실타래)에 감겨 팽팽하게 당겨지는 줄의 탄력은 현악기가 연주하는 음악소리로 확장되어 표현된다. 이와 함께 꽃들이 만발하는 봄의 정경이 그려지면서 봄의 환희는 점차 고조되어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봄의 생명력과 즐거움은 너와 나의 마음에 오고가는 교감의 환희로 노래되고, 마침내 하늘의 새와 꽃봉오리, 실비, 밤하늘의 달 등 모든 사물에까지 퍼져나가 봄을 맞는 감격이 무르익어감을 노래한다.”라고 해설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중에서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17746&cid=40942&categoryId=32868

 

 

 

2023년 2월 28일 화요일

거울 - 이상(李箱) 김해경


 거울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오.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 못 하는구료마는

거울이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마는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몰할게요.

 

거울 속의 나는 참나와는 반대요마는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1934.10.

- 이상 김해경

 

 




*** 李霜(이상)은 띄어쓰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데,

이것은 정서법이나 기존의 율격의식 같은 모든 상식이나 질서를 거부한다는 뜻도 된다.”라고 나무위키는 적었다.

그의 그것까지 지금에 와서 고집할 필요가 더는 없을 것 같기도 하여,

내 멋대로,

작가의 방식에 대한 반항일지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Homer Bezaleel Hulbert 1863~1949) 박사의 한글 사랑에 헌신한 그 대가를 따진다면 답답하게 한글을 이어 쓴 것을 확 풀어버리고 싶어지고 만다.

물론 周時經(주시경) 선생의 한글에 대한 愛着(애착)의 밑바탕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됐을지도 모르지만,

한글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도 일제강점기가 지은 죄의 代價(대가) 아니던가!

국어에서 띄어쓰기가 얼마나 위대한 일이었는지 아는 이들은 아마 이해하지 않을지...



2023년 2월 27일 월요일

봄비 -변영로(卞榮魯) 민족혼의 시인


 봄비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回想)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니!

 

,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1922.3.

- 변영로






---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 희미한 希望(희망)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 나라!

2023년 2월 26일 일요일

눈물 - 김현승(金顯承)



눈물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김현승

 

 


 

*** 자식을 가슴에 묻으며 떨구는 눈물을 어찌 막으랴!

작자는 신의 전능에 따르며,

 아버지로 에이는 눈물을,


()로 승화시키는 마지막 이별에서,

인간의 애틋함까지 펴 놓아두고 있음이다.

가슴에 묻는 자식,

어찌 그려낼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