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5일 수요일

노회찬 그대는 맑아도 너무 맑았소



노회찬 그대는 맑아도 너무 맑았소

털털하면서 거침없는 카랑한 그대의 숨소리가 세상의 귀바퀴를 울리고 있다.
농민의 허기를 달래주는 막걸리 같은 채움의 마음이 서려 있었기에
그의 세상 버림이 더 아위운지 모른다.
왜 그랬어왜 그렇게 했냐고!
조금만 더 참아내지그런 고통이 한두 번이었던가!
보고 있는가!
참혹해 말을 못 잇는 이들의 허허한 이 心情(심정)의 덩어리들을!

찬란한 해가 기울어질 때 아쉬워하는 쓸쓸한 마음처럼
시민들은 평소 그의 소리가 듣고 파서 그의 마지막 얼굴을 보려는 것일 게다.
서민의 아픔을 마음과 마음으로 어루만졌던 인간 노회찬의 심성이 나타나잖은가?
스스로 찾는 그 발걸음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눈시울들이 더 붉는다.
통곡 속의 통곡을 참아내려는 저 몸부림을 그대는 보고 있는가!
그 어떤 유명인들의 죽음에서도 보지 못했던 비참해 하는 통탄의 애처로움을!
그대는 정말 나쁜 사람이야정말!
조금만!
아주 쪼끔만 더 참아주지 못한 정말 몹쓸 사람이야!

그대가 세상을 버리고 나니 세상 사람들은 그대의 맑은 마음을 보고 있어!
바보들이 그대가 세상을 버리니까 사람이 돼가는 게지?
있을 때 잘 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노래가 유명한 걸 이제 안겨!
그러니 세상은 바보라는 게지!
맑고도 너무 맑았던 때문에 세상을 그렇게 쉽게 버린 겨?
그대도 참 바보야!
노회찬은 맑은 바보’?

그대는 진보 중 진보의 길을 가고 있었는데
그대가 세상을 버리자 진보 보수 없이 그대 앞에서 눈물을 짜지?
그대가 버린 세상 협치 만이라도 가면 좋으련만!
협치만 하면 보수에다 가짜를 붙이지 않을 텐데
얼마나 갈지?
그래도 맑은 바보’ 덕분에 보수의 눈물도 보았다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의 긴 행로들
그 머나먼 행로를 그대가 만들어주고 갔지.
가슴이 따뜻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대가 가르쳐주었지
그 가슴들이 쉼 없이 따라가고 있다.
보고 있는 게지?
그대가 버린 세상에는 그대의 따스함이 숨을 쉰다.
그대 영혼의 평안한 안착을 위해 긴 행로가 이어지고 있다.
잘 가시오!
더는 붙잡지 않겠소!


다음은 경향신문의
그를 배웅하는 자리시민장이 되었다라는 글이다.
  
시민장례위원 2100명 넘겨
고위층도 추모행렬에 줄 서
새치기도 건너뛰기도 없어
진보·보수 모두 애도 한뜻

휠체어를 탄 중년남성아이 손을 잡고 온 30대 부부작업복 차림으로 동료들과 손을 맞잡은 노동자손에 쥔 국화를 놓지 못하는 70대 노부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별세 사흘째인 25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들로 붐볐다간혹 멀쑥한 양복 차림의 유명인사도 보였지만 장례식장 입구까지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은 대부분 시민들이었다노 원내대표와 사적 인연은 없지만 저마다의 기억으로 추모하고 싶은 마음이 묻어났다한 30대 여성은 노 원내대표의 영정을 보자마자 안돼이렇게 보낼 순 없어거짓말이야라고 울부짖으며 쓰러졌다.

시민들이 상주였다빈소 주변과 고인의 영정 앞엔 시민들의 추모글이 가득했다장례 첫날인 지난 23일 오후 5시 이후 이날까지 고인을 기리기 위해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오후 530분 기준 12000명을 넘어섰다시민장례위원은 이날 오후 7시 2100명을 넘겼다정치인들의 상조깃발은 복도 끝에서야 보였다지난 24일 조문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한다 하는 고위층도 추모행렬에 서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겨서야 조문할 수 있었다노 의원을 추모하는 마음에서는 모두 평등했고어떤 새치기도 건너뛰기도 없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왜 그랬어이 사람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25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정을 가리키며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고인은 1992년 대선 당시 백기완 민중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했다김창길 기자

외로이 떠나보내 미안합니다.” “라디오를 틀면 유쾌한 목소리가 흘러나올 것 같은데아프게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빈소 입구 양쪽 벽에 붙은 현수막도 시민들의 추모사가 적힌 노란 포스트잇이 가득 찼다도올 김용옥 교수(70)는 혁명지절암운농 찬연소거갱애상(혁명의 시절 암운이 짙어져 찬연히 사라지니 다시 슬퍼 가슴 아파라)’이라는 한시를 남겼다.
  
학생들은 고인을 친절한 정치인으로 기억했다인천에서 온 한 고등학생은 “TV에서 볼 때마다 상대방 얘기를 끝까지 듣고 설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장례식장 측의 말에 따르면 10년 새 이렇게 많은 조문객은 처음 본다고 한다고 전했다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노 원내대표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실시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치권의 행렬도 이어졌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66)과 김경수 경남지사(51)도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았다김 지사는 영남이라는 어려운 지역구에서 함께 정치 활동을 했기 때문에 든든한 언덕 같은 선배님이자 존경하는 정치인이었다고 추모했다오전 1130분쯤 빈소를 찾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52)은 마음이 너무 아파 차마 드릴 말씀이 없다다시는 좋은 사람을 이렇게 안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심정을 묻는 질문에는 힘들어하신다고 짧게 답했다.

 
많이 도와주셨는데 정의당 이정미 대표(왼쪽)가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자 한혜경씨를 위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보수 정치인들도 고인을 기렸다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60)를 시작으로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60), 한국당 강효상·나경원·정진석 의원황교안 전 국무총리(61) 등이 빈소를 찾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애도가 끊이지 않았다한국당 정유섭 의원(63)은 너무 사람이 맑아 스스로 용서되지 못한 모양이다그의 죽음을 계기로 우리 정치행태가 상생과 협치로 바뀔 것을 희망한다고 썼다노 원내대표와 같은 지역구(창원)인 한국당 박완수 의원(62)은 못다 이룬 정치발전의 의지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 모두가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6일 노 원내대표의 영정은 경남 창원 지역구 주민 곁으로 향한다장례위원회는 고인의 자택과 사무실노동자들의 투쟁현장을 돌아보고 오후 7시 한서병원 앞 문화광장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장례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오전 9시 발인식오전 10시 국회 영결식이 엄수된다.(경향신문; 2018.07.25 22:08:01)

기다리는 장하성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이 25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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